길고양이&동물권 뉴스레터 2024.08.21 | Vol.81
수요일 아침, 띵캣과 함께 하는 고양이 생각! |
|
|
안녕하세요, 길고양이 & 동물권 뉴스레터 '띵캣'입니다.
오늘은 세 명의 에디터가 지난 2주 간 각자 유의깊게 본 뉴스를 요약해 전달해 드려요. 세 사람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더불어 지난 8월 8일은 국제동물복지기금(IFAW·International Fund for Animal Welfare)와 여러 단체가 창설한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습니다. SNS와 뉴스 등에 다양한 이미지와 게시물이 올라왔는데요, 한국만의 고양이의 날이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바로 9월 9일로, 지난 2009년 고양이 전문 작가로 활동 중인 고경원 야옹서가 대표의 제안으로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 개’라는 속설과 고양이들이 오래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착안해 한자 아홉 구(九)와 오랠 구(久)의 음을 따 정했다고해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고양이의 날을 지정해 기념하고 있답니다.
다가올 9월 9일을 기다리며, 더운 날씨에 크루원 여러분과 길 위의 모든 동물들도 안전하게 보내기를 바랍니다! |
|
|
비인간 동물들은 인간의 입맛에 맞게 살아가야 하나요?
글. 에디터 쏭 |
|
|
지난해 3월 3일 제주도로 옮겨진 마라도 고양이를 기억하시나요? 시간이 흘러 1년 6개월 여가 지난 지금, 고양이가 떠난 마라도는 어떤지, 또 그 고양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후속 이야기를 정리해 전해드립니다. |
|
|
뿔쇠오리는 왜 마라도에서 위기를 맞았을까?
마라도에 고양이가 늘어난 건 2000년대 초중반입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고, 사람과 식당이 늘어나며 쥐도 늘어났꼬, 인간은 쥐를 제어하기 위해 마라도로 고양이를 더 데려옵니다. 이후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죽이는 주범으로 고양이가 지목됩니다.
하지만 뿔쇠오리는 본디 무인도에 서식하는 개체로, 우리나라 뿔쇠오리 번식지 4곳 중 유일하게 마라도만 유인도에 뿔쇠오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절벽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갑니다. 인간이 없었다면 뿔쇠오리는 다른 섬에서와 마찬가지로 마라도 전역에 평안하게 살아갔으리라고 짐작합니다. 그렇다면 뿔쇠오리 개체수를 위협하는 건 정말 고양이였을까요?
안타깝게도 마라도에선 뿔쇠오리에 대한 자세한 연구도, 뿔쇠오리 사망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인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국가유산청에서는 마라도 고양이가 반출된지 1년 3개월만인 올해 6월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2021년부터 반출 전까지 중성화가 90% 이상 진행된 상태였죠. 과연 제대로 숙고된 결정이었을지 의문입니다. 마라도에 서식하는 매, 뱀, (뿔쇠오리 알을 먹는)쥐, 그리고 관광객 등 모두가 뿔쇠오리의 천적이 될 수 있습니다. |
|
|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뿔쇠오리 (출처: 뉴스1)
제주도로 간 마라도 고양이.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
마라도 고양이들은 제주도 임시 거처로 이동된 뒤 굉장한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이주부터 돌봄까지 함께 하고 있는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는 “(마라도 고양이들이) 한두 달은 피똥 싸고, 밥그릇 엎고, 먹지도 않고. 쫓겨난 걸 인지하더라고요. 영역 동물이니까 이 터에서 떠난 그 자체는, 제가 보기엔 죽음의 절벽까지 간 거예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내년이면 고양이들은 다시 거처를 옮겨야 합니다. 현재 거주중인 세계유산본부 임시 보호 시설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죠. 이후 고양이가 살 수 있는 시설로 농림축산식품부, 제주시가 민관협력으로 ‘고양이 도서관' 사업을 추진중입니다. 다만 총 예산 3억 6천 만원 중, 국비와 도비가 70%, 나머지 30%(1억 800만 원)를 제주동물권 행동 나우가 부담해야 하지만 10%밖에 마련하지 못한 상황. 기금 마련을 위해 지난 월요일 8월 19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제주에선 고양이 예술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고양이 없는 마라도는 어떨까?
고양이 56마리 중 45마리가 반출되고, 마라도엔 10여 마리가 남았습니다. 모두 중성화를 마쳤고요. 이번에는 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합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책정한 쥐 퇴치 예산이 지난해 6000만원, 올해는 1억원이라고 했다. 고양이 반출로 쥐가 늘 것에 대한 우려로 책정된 거란다. 쥐를 잡으려 고양이를 데려왔다가, 고양이가 늘어나니 반출시키고, 다시 쥐가 늘까 봐 1억원 넘게 세금을 쓰고 있다.” - 기사 내용 중
그럼 쥐를 모두 없애면 문제는 해결될까요? 야생 쥐가 모두 죽는다면 새들의 먹이가 사라집니다. 생태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많은 부분 이해한 뒤에 인간의 개입 시점, 개입 정도를 정하고 책임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사에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간과 살아가고 있는 동물 대다수는 ‘인위적’으로 위치해 있고, 삶의 방식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영역을 옮겨야 했고, 인간이 만든 도시에 적응해야 하죠. 그런 인간이 나쁜 동물, 좋은 동물을 규정해 그들의 생태계에 무분별하게 개입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자연에 영향을 끼칠 때, 더욱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 이 글을 함께 읽는 우리가 경각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
모든 고양이들이 제 삶을 다 살다가길🙏
글. 에디터 현 |
|
|
지난 레터의 미니 캣뉴스 중 하나였던, 고양이 70여마리를 죽인 2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된 뉴스 기억하실까요.
📄"내 차 흠집 냈다"…고양이 78마리 잔혹 학살범, 항소심도 실형
김해, 창원 등에서 고양이 70여마리를 입양해 죽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김해에서 고양이 2마리를 입양후 죽인 혐의로 징역 8개월, 창원에서 비슷한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을 받았지만 항소 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되었고, 형은 1심보다 2개월이 늘어난 1년 4개월이 선고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길고양이나 분양받은 고양이 70여마리를 잔인하게 죽음에 이르게 했고 수단과 방법이 매우 잔혹해 생명에 대한 존중 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양형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양형을 받는다고 해도 1년 4개월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것일까요?
울산에서 최근 길고양이 30마리가 잇달아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길고양이에 왜 이런 몹쓸 짓을? 한달새 30마리 잇따라 사체로 발견
16일, 야음동 번개시장 근처 레인저들과 동물보호단체 ‘달달한 동물세상’이 울산 남부경찰서를 찾아 신고했어요. 이들에 따르면 최근 30여 마리 넘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는데 모두 누군가에게 맞은 흔적이 보이는데다가 사체를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 밥그릇 위에 올려두는가 하면, 구청에서 내건 '길고양이 학대는 범죄입니다'라는 문구의 경고장과 현수막까지 떼버린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냥 죽은 고양이들이 나타난게 아니라 급식소 주변에서 발견되거나 급식소 밥그릇에 ‘전시’하듯 놓여있었다니, 학대나 혐오 범죄가 유력해보입니다.
돌보던 고양이들이 어느 날 보이지 않는 것도 걱정되고 힘들것 같은데, 딱딱히 굳은 모습으로 그것도 자연사가 아닌 것 처럼 발견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울산 야음동의 고양이들이 죽은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고양이 사체에 육안상 학대 흔적이 없어 부검이 거절되었어요.
특정 시간대에 누군가 밥그릇을 치운 것이 확인되었는데 치운 사람을 폭행범으로 의심하여 신고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수사가 더 이어지지 못했다고 해요.
미적거리는 사이 죄 없는 고양이들이 더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빠른 수사와 부검으로 학대 여부를 밝혀 먼저 떠난 고양이들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면 좋겠습니다.
죄가 확인된다면 더욱 강력한 형벌도 함께요.😾
|
|
|
온세상이 고양이야! 알아 두면 언젠간 써먹을 고양이 이야기들
글. 에디터 쑤 |
|
|
마지막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소개할게요. 월간조선 9월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특집이 있더라고요. 여러 각도에서 반려동물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그 중 ‘고양이 이야기-인간을 홀린 요물’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저의 레이더망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뭐랄까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고양이 관련 조각 지식들의 성실한 꼴라주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마치…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지 얼마 안 된 중년 남자 교수님이 취미로 만든 지식 유튜브 영상을 한 편 본 느낌이랄까요.(왠지 자막 글자 크기가 엄청 클 것 같음) 딱히 기승전결은 없고, 재미난 토막 지식들이 연달아 나오거든요. 그래서 술술 읽히고 재밌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이미 알려진, 젊은이(?)들에겐 익숙한 상식과 일화들도 많지만 몰랐던 내용들도 있었어요. ‘고양이’라는 키워드로 집요하게 모으고 모은 토막 지식들. 심심할 때 쭉 한번 읽어보시고, 어디가서 슬쩍 아는 척도 해보자구요!
재밌게 읽은 일부 내용도 발췌해서 공유합니다.😉 |
|
|
고양이와 사람은 어떻게 가까워졌을까. 사이가 안 좋은 이들을 일컫는 말인 ‘견묘지간(犬猫之間)’의 배경을 알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설화 〈구슬을 되찾아온 개와 고양이 이야기[견묘보주탈환설화(犬猫寶珠奪還說話)]〉는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와 개는 주인이 빼앗긴 구슬을 찾아 돌아오다 개의 실수로 구슬을 강에 떨어뜨리지만, 고양이의 기지로 구슬을 되찾는다. 주인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고양이는 방 안에서, 개는 밖에서 지내게 했다. 이 때문에 개와 고양이는 서로 앙숙이 됐다.” |
|
|
*이 전래동화 기억 나시나요?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전체 내용을 다시 찾아보니 너무 웃겨욬ㅋㅋㅋㅋㅋ
사실.. 구슬을 문 채로 강을 건너다 입을 열어 물에 빠뜨린 것도 고양이고, 개는 바로 집에 가서 이실직고 했는데 고양이는 면목이 없다는 이유로 밖을 떠돌다가 강 건너에서 물고기를 얻어먹었는데, 그 물고기가 삼킨 구슬을 우연히 찾게 되어 집으로 가져왔다는 거예요. 뭐지 그냥.. 사고는 쳤지만 귀엽고 운 좋아서 ‘될놈될’ 팔자인 거잖아요 진짜 어이없엌ㅋㅋㅋㅋ 좋겠다 고양이 이놈들. |
|
|
언제부터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불렀을까. 《계림유사(鷄林類事)》(1103년)에는 고려 사람들이 고양이를 ‘귀니(鬼尼)’라 불렀다고 적혀 있다. 이는 송나라 사람이 채록(採錄)한 것으로 당시 글자의 발음은 ‘괴니’로 추정한다. 《고려사(高麗史)》에는 ‘고이’란 고양이의 방언이라고 기록돼 있다. ‘괴니’에서 ‘고이’, ‘괴’로 줄여 부르다가 이후 접미사 ‘-앙이’가 붙어 ‘괴앙이’ ‘괴양이’ 등으로 불렀다.
고양이를 나타내는 다른 이름으로는 ▲몽귀[蒙貴, 쥐를 잡는 귀한 존재] ▲가리[家狸, ‘집+살쾡이’라는 뜻으로 야생의 삵과 구분] ▲나비[뛰어노는 모습이 마치 원숭이(납)와 비슷] 등이 있다. |
|
|
오늘날 ‘캣맘’과 같은 존재가 조선 시대에도 있었다. 조선 후기 현종 때 학자(學者) 이규경(李圭景)은 백과사전 격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를 썼다. 여기에는 ‘묘마마(猫媽媽)’ 이야기가 있다.
“영조 시절, 사족(士族) 집안에 묘마마가 있었다. 고양이를 많이 키우면서 비단 속을 입히고 맛 좋은 음식을 먹이면서 좌우로 떨어지지 않아 사람들이 부르길 ‘묘마마’라고 했다. 묘마마가 죽었을 때는 고양이 수백 마리가 밖에서 떠나더니 집 주위에서 며칠을 울부짖었다.” |
|
|
아래 링크들을 클릭하여 뉴스레터 밖 띵캣을 만나보세요! |
|
|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시면 더 좋은 레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
|
|
띵캣 thinkcat.official@gmail.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