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동물권 관련 최신 NEWS입니다. 크루원 크루원님, 안녕하세요! 길고양이 & 동물권 뉴스레터 캣챠입니다.
입동을 지나며 날이 부쩍 추워졌어요. 하지만 그보다 마음이 더 춥게 느껴지는 날이 이어지고 있네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상을 지키는 일 또한,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애도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오늘도 이렇게 캣챠 메일을 열어주신 크루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준비한 내용 소개해드릴게요!🙏
이번 주는 고양이와 맺은 소중한 인연을 전해드리는 CAT STORY 차례입니다. 혹시 지난 여름 보내드린 깨비↗︎와 보리↗︎ 의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커플 집사인 캣챠 크루원 님들이 보내주신 사연이었는데요. 보리 이야기를 써주셨던 '챔' 크루원님께서 다시 한번 이야기를 이어주셨습니다. 이렇게 한 편, 한 편 연재하듯 한 가족의 이야기를 모두 듣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막내 치즈냥이 호두의 이야기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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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STORY는 캣챠 크루원들과 고양이 사이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해드리는 공간이에요. 길고양이 또는 반려묘와의 묘연을 전해주세요! 소정의 사례를 드립니다. 이 메일로 답장을 보내주시거나 hello@catcha.kr↗로 보내주세요! 🙂
보리가 저희 집에 온 지 어언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2022년 3월, 전날까지 이틀 내내 이른 봄비가 내려 정말 추웠던 날이었습니다. 오후 4시경, 오전 근무를 하고 퇴근하는 여자친구와 여느 때처럼 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여자친구가 아주 조그만 길고양이를 만난 거였어요. 귀여운 고양이를 발견해 기뻐하던 목소리는 돌연 울먹이는 목소리로 바뀌었습니다.
“얘가 나한테 안겼어. 어떡하지? 여기로 와 줄 수 있어?”
처음 본 아기 고양이가 갑자기 다가와 안겼는데, 이틀 내내 비를 맞았는지 너무 아파 보여서 병원에 데려갔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퇴근 시간은 2시간이나 남았는데 어쩌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는 어느새 책가방을 비우고 알러지성 비염 때문에 병원에 가야겠다고 둘러대고는 택시에 타고 있었습니다. 톨스토이의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가 생각났습니다. 주인공 마르틴은 어느 추운 날 곤경에 처한 이웃 ‘셋’을 돕고는 꿈에서 신을 만납니다. ‘나를 알아보았느냐?’이미 두 이웃과 함께 하고 있던 저는, 어쩌면 세 번째 이웃을 만나러 가고있었던 게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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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키워." 무작정 와서 안긴 아기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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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는 코에 콧물이 덕지덕지 붙은 깡마른 아기고양이를 안고 골목 안 어떤 가게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기고양이를 이동장 대신 들고 온 책가방에 넣고 앞으로 멨습니다. 근처에 깨비와 보리가 다니는 병원이 있어서 거기까지 걸어갈 요량이었지요. 아기고양이가 가방 안에서 꼼지락 꼼지락거렸지만 다행히 뛰쳐나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열이 많이 나는지 배에서 땀이 날 정도였어요.
병원에서는 우선 허피스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문제는 이 때부터였는데요. 이 아기고양이에게 주인이 있는지, 혹시 데리고 가실 분은 있는지 인터넷에 수소문을 해 두었으나 당장은 저희가 임시 보호를 할 수밖에 없었죠. 헌데 저희 집에는 둘이서만 지낸 지 1년이 넘은 성묘가 두 마리 있잖아요. 낯선 고양이의 방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깨비와 보리는 정말, 정말, 전엔 들어본 적 없는 큰 목소리로 아기 고양이를 격하게 환영(?)하더군요. 1년이나 별 일 없이 지냈는데 느닷없이 웬 녀석이 나타났으니 얼마나 놀랐을까요? ‘깨비와 보리가 서로를 인정하는 데 나흘 걸렸으니 그 정도만 딱 참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대책 없는 낙관에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 아기고양이에겐 둘째 보리의 이름 후보 중 하나였던 ‘호두’라는 이름을 붙여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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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온 첫날, 행거 밑에 숨은 호두
그러나 낙관은 저희를 배신하고야 말았습니다. 나흘째 되던 날, 깨비가 침을 줄줄 흘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걸 발견해 곧바로 병원에 데려갔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견을 들었습니다. 장 폐색(장이 이물질로 막혀 있는 상태)일 수 있어서 잘못하면 대구나 울산에 있는 큰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었어요. 장운동제를 맞히고 일단 지켜보자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저희는 일단 돌아섰지만, 각자 출근해서도 온통 깨비 생각뿐이었어요. 다행히 장 폐색은 아니었고 스트레스로 식음을 전폐하다 소화불량과 변비 증상이 생긴거라고 해요. 보리도 비슷한 증세가 있어서 약을 잔뜩 지어왔습니다. 갑작스런 뉴 페이스의 등장이 고양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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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온 지 3일차, 세상 모르고 잘 자는 호두
이 일이 있은 지 이틀 뒤, 사람마저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고양이의 병 간호와 아기 고양이 한 마리의 적응에 온 정신을 쏟고 있던 인간들에게 코로나19가 찾아온 것이었죠. 고양이들과 함께 다같이 지쳐가면서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희 집에는 다섯 동물의 골골송이 울려퍼졌습니다. 기분 좋은 골골송이 아닌, 아파서 골골대는 골골송이요.😂 코로나19 걸린 사람 둘, 변비와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고양이 둘, 재채기 하면서 사람 손가락만한 코딱지를 뿜는 허피스 걸린 고양이 하나. 각자 병으로 골골대며 일주일간 한 집에서 꼼짝 없이 붙어 지내게 된 거죠. 차라리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참에 저희가 하루 종일 딱 붙어서 보살펴주는 동안 호두와 깨비, 보리가 친해지기를 기대했지요.
예상대로 호두는 주인이 따로 있는 고양이가 아니었고, 자가격리가 끝날 때까지 임보자나 시설, 임보처, 입양처를 구하지도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호두는 우리 식구가 되었어요. 병치레와 함께 혼돈의 합사를 하면서 이 작은 고양이와 깊이 정이 든 것도 있고요. 첫째는 첫사랑, 둘째는 참사랑, 셋째는 끝사랑이라던 여자친구의 바람이 완성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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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다섯 가족은 모두 쓰러졌다..
이 소동을 겪으며 감사한 일이 정말 많았어요. 우선 호두를 덥석 안아준 여자친구에게 감사했습니다. 호두와 깨비를 치료해 주신 의사 선생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집사들의 돌발 행동에도 너그럽게, 참을성 있게, 그리고 마지못한 우정으로 견뎌준 깨비와 보리에게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미를 잃고 차가운 봄비를 맞으면서도 잘 버티고 나으며 쑥쑥 커 준 호두에게 고마웠습니다. 호두는 구조 이후로 한 달에 대략 0.5kg씩 쑥쑥 크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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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사랑스러운 호두
호두는 이른 날에 독립을 한 것인지 엄마를 부르는 ‘야옹’ 소리도 못 내는, 입맛도 제대로 형성이 안 된 것인지 여러 간식들도 잘 먹지 못 하는, 언뜻 보면 불쌍한 고양이에요. 유일하게 호두가 좋아하는 닭고기 가슴살을 집사가 삶고 있으면 형들은 우렁차게 꺄웅~하는 와중에 호두는 낑낑대기밖에 못합니다.
그에 반해 활동량은 정말 상상 이상이에요. 머리핀, 실내화, 포장지, 병뚜껑, 커피 캡슐, 볼펜, 마스크, 우편물, 비닐 봉지 등등 집안 모든 잡동사니를 가지고 놀아요. 그러다 심심해지면 보리 형이랑 우다다 하고, 또 저것들 가지고 놀고, 또 우다다 하고… 낚싯대 놀이도 대장이어서 깨비와 보리는 호두를 다른 방에 두고 따로 놀아줘야 할 정도이지요. 게다가 호두는 스트릿 출신답게 정말 깔끔쟁이랍니다. 물도 잘 마시고 세수도 열심히 하고 볼일 파묻기도 잘 해요. 가끔 깨비 형이 대충 묻고 나오면 호두가 대신 모래를 한 구석으로 예쁘게 쌓아놓고 가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호두는 막내답게 애교도 많아요. 집사가 형들 만지고 있으면 어느새 다가와 자기도 얼굴을 부비는 애교쟁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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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식 앞에 줄 선 고양이 삼형제. 호두는 여전히 "야옹"을 할 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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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호두. 병원에 와서도 항상 궁금한 게 많다.
이렇게 끝사랑 호두는 첫 만남의 힘들었던 기억이 추억이 되게끔 저희 집에 스며들었습니다. 놀랍도록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고양이 삼형제와 우리가 이 곳에 함께 있게끔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처음엔 사랑이 있기에 함께 하게 되었고, 함께 하다 보니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해요. 저희와 함께 하며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준 고양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함께 하는 마지막 날 까지 사랑해줄 것을 약속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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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비, 보리, 호두 3형제의 일상이 더 궁금하신 분은 인스타그램으로 놀러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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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STORY는 캣챠 크루원과 고양이 사이의 특별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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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길고양이 TNR 정보도 공공데이터"
⚠️로드킬 4만건 중 절반이 길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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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3 : CAT NEWS, CATCHA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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