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동물권 관련 최신 NEWS입니다. 크루원 크루원님, 안녕하세요!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이번 주 월요일이었던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어요. 알고 계셨나요?🐱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이 고양이 인식 개선, 유기묘 지원 등을 위해 2002년 창설했대요. 인간과 오랜 역사를 함께 해 온 고양이의 존재를 기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고양이의 날이 있는 주간인 만큼,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더 특별히 행복한 한 주였음 좋으련만.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은 다소 위험한 한 주를 보내고 있을 거 같아요. 역대급으로 쏟아지고 있는 폭우 때문에요. 모쪼록 길고양이들도, 우리 레인저・크루원↗︎님들도 모두 안전하고 무탈하게 이번 주를 넘기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STAY SAFE!! 🙏
오늘 레터에서는, 격주로 찾아뵙고 있는 CAT TOON <아낌없이 자는 나무>의 주인공, 에디터 쑤의 반려묘 나무의 CAT STORY를 다시 한번 전해드립니다. 캣챠 크루원님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나무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7천명이 넘는 슈스 냥이인데요! 스트릿 시절부터 사람들 관심을 독차지하던 슈스 꿈나무였대요. 이제는 희귀 사진이 된 나무의 스트릿 시절 사진도 아낌없이 더 실었으니 재미있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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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 시절의 나무. 공원 화단의 나무를 캣타워처럼 타며 놀았고, 동네 초딩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도망치거나 숨지 않고 초연했다. 초인종 소리만 들려도 도망가기 바쁜 요즘과는 완전 다른 모습. 가끔 이때가 그리워요..
From. 캣챠 에디터 쑤
때는 2016년. 나무는 본가가 있는 일산 아파트 단지 공원에 살고 있었어요. 당시 저는 신문사 온라인팀 기자였는데, 3교대 근무라 아침 일찍이나 오후 두시쯤 퇴근하는 일도 잦았는데요. 이렇게 이례적인 시간에 퇴근하는 날이면 서울의 자취방을 거르고 자꾸만 본가에 가곤 했어요. 집 가는 길에 마주치는 노란 고양이를 날이 밝을 때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였죠.
동네 문방구 앞 화단에서 “나무야~” 부르면 수풀 속에서 꼬리를 반갑게 세우고 걸어나오곤 했어요. 당시 저는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나무가 수컷인지 암컷인지도, 그런 색깔의 고양이를 ‘치즈’라고 부르는지도 전혀 몰랐고요. 부르면 나타나서 내 다리에 뺨을 부비는 행동이, 하늘 위로 세워진 꼬리가, 내 앞에서 발라당 드러눕는 게 큰 호감의 표시인 줄도 몰랐습니다.
나무는 그 길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했어요. 신발주머니를 흔들고 다니는 초등학생들부터, 구루마를 끌고 산책나오신 어르신까지. 모두가 나무를 예뻐했고 나무도 그 예쁨을 거부하지 않았죠. 고정적으로 돌보는 레인저도 두 세명은 되는 것 같았어요. 저는 스스로 나무의 수많은 팬 중 하나일거라고 생각하면서, 가끔 물그릇을 갈아주고 비가 올 땐 급식소에 우산을 씌워주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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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에 나무를 보러 공원을 들락거리다 보니 동네 초딩들과도 소통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은 하굣길에 나무를 발견하면 한참을 빙 둘러 서서 구경하곤 했어요. 나뭇가지를 흔들며 같이 놀아보려고도 하고요. 저는 동네 백수 언니처럼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와 그 틈에 끼어들어서는,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얘는 이름이 왜 나무야?”
“나무를 좋아해서요.”
“고양이가 나무를 좋아한다고?”
“나무에 자꾸 올라가요.”
그렇구나! 나무 이름이 나무인 이유는 나무 타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었어요.
아이들은 띄엄띄엄 본가를 찾는 저보다 나무와 자주 마주쳤고, 나무에 대해 저보다 많이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가까이 다가가거나 직접 만지는 건 겁을 내곤 했습니다. 제 발 밑에 다가온 나무를 한참 쓰다듬고 있던 어느날, 지나가던 초등학생이 물었어요.
“언니는 나무랑 왜 친해요?”
어? 나 이 정도면 친한거야? 제가 되묻고 싶었죠. 모두에게 친절한 나무지만 혹시 나에겐 좀 달랐나?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나 이 친구에게 조금은 특별한 존재인가? 괜히 심장이 간질간질했어요. 마주치면 반갑고 마냥 귀엽기만 하던 동네 고양이가 괜히 더 각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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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화단 풀숲에서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우다다 뛰어다니기도 했다. 자기 몸을 굳이 숨기려고 애쓰지 않고, 좀처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였다.
그저 동네 꼬마들 틈에 섞여 나무를 구경하는 관찰자 입장이던 저는, 그날 이후로 약간의 책임감이 생겼어요. 인터넷에 ‘길고양이 수명’을 검색해보고 유명한 고양이 카페도 가입했죠. 내가 돌볼 수 없는 영역의 나무가 궁금해졌어요. 사람들과 만나지 않는 시간엔 뭘 하는지,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주워먹고 다니는 건 아닐지, 날씨가 추워지면 어떻게 살아갈지 등등이요.
어쩌다 만난 이 고양이와의 인연을 주변에 이야기하면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네가 캣맘이 되었구나~”
‘캣맘’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 때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본 것 같아요. 남을 지칭할 땐 몰랐는데, 내가 불려보니 어감이 좀 묘했거든요. ‘이게 모성애인가?’ ‘어떤 존재를 이렇게 귀여워하고 자꾸 보고싶어하고 챙겨주려고 하면 ‘엄마’인건가?’하는 생각이 든거죠.
(여기는 캣챠니까, 이 글 속에선 캣챠가 제안하는 대로 ‘레인저’라는 단어를 사용할게요!)
저는 나무를 보러가는 일이 더 잦아졌고 자연스럽게 동네 레인저들과 소통도 하게 됐어요. 전화번호도 교환하고요. 레인저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는 존재였어요. 급식소를 관리하고, 추운 날 몸을 숨길 박스를 놓아주고, 아픈 아이들은 병원에 데려가거나 약을 챙겨주기도 했죠. 무엇보다도, 우연히 눈에 띄면 챙겨주는 게 아니라 나름의 루틴을 정해 만난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밥을 주다니. 고양이가 그 약속을 기억하고 매번 찾아오다니. 이게 진정 도시의 낭만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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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저녁 산책길에 마주친 나무. 우리를 알아보는 듯 가까이 앉아 올려다 보며 말을 걸고 있다. 이때부터 "얼른 데려가~"라고 했던 걸까..?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나무를 입양할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레인저 동료(?)님들 덕분입니다. 왜 이 시점에, 저 친구의 삶에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지. 내가 왜 고양이를 키워도 되는 사람인지. 더 좋은 집사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지. 모두 다른 레인저에게 배웠어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동네 핵인싸 나무는 고양이 사회에선 인기가 없는 것 같았어요. 서열 싸움에서도 매번 졌고요. 야생의 생존법을 알려줄 어미는 아깽이 시절에도 안 보였다고 해요. 아직 한 살이 안 된 어린 고양이인데, 이대로 겨울을 무사히 나기는 힘들 것 같았어요.
그게 길고양이의 운명일 수 있죠. 다른 많은 고양이들이 그렇게 짧은 생을 살다 갈 거예요. 인간에 의해 문명화된 이 도시도 고양이들에겐 야생이라는 점도 알아요. 그 야생에서 약자로 규정된 존재를 인간이 모두 구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어떡하나요.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네가 나에게로 와 ‘왜옹’을 했는 걸요…. 저는 결국 나무를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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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잡혀 와 인간을 불신하기로 마음 먹은 나무. 그리고 다음 날 누나의 다리 위에 가로질러 누워 기절한 듯 잠든 나무. 적응에 대한 걱정은 첫날부터 하지 않기로 하였다.
나무의 포획과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과정도 레인저들과 함께 했어요. 그 중 한 분은 집사 장비가 하나도 없는 저를 위해 안 쓰는 이동 가방을 내어주고 포획도 직접 해주셨죠. 병원에도 찾아와 주셨어요. 나무가 퇴원하고 우리집으로 오던 날, 저는 레인저들이 모은 마음을 한 가득 받았습니다. 한동안 사용할 화잘실 모래, 사료, 간식캔 등을 잔뜩 챙겨주셨더라고요.
그리고 그 사이엔 나무의 병원비를 담은 봉투가 숨겨져 있었어요. 이제 제 고양이니 제가 처리하겠다고 한사코 거절했는데, 함께 돌보던 고양이니 나눠 내자면서 기어이 보내주신 거예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책임감을 증명하기 위해 입양비를 내고 데려오기도 하잖아요. 저는 나무를 데려오며 너무 많이 받기만 했어요. 사실 제가 아니라, 나무가 받은 것들이겠죠.
오며가며 나무를 눈에, 마음에 담았지만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 저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꼬마는 엘리베이터에서 어머니를 만나 “여기 12층에 나무가 산다면서요?”라고 물었대요. 나무를 아끼던 초등학생들이 공원에서 사라진 나무의 행방을 소문으로 전해듣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6년째 한 생명을 돌보고 있다는 게 여전히 새삼스러워요. 힘에 부칠 때도 많고요. 그래도 꿋꿋이 버텨내고 있는 건 저 혼자만의 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무의 행복을 바라는 모두의 마음이 나와 나무를 단단히 받치고 있다고 있습니다. 어떤 사랑은 이렇게 또 다른 사랑이 자라날 씨앗이 돼요. 너무 대단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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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뿐 아니라 동네 여러 고양이들이 숙식(!)을 해결하던 공간. 공용 급식소의 사료 그릇은 언제나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날이 추워지면 상자에 뽁뽁이를 둘러 만든 숨숨집이, 비가 오면 큼지막한 장우산이 몇 개씩 놓여지곤 했다. 모두 함께 마을의 고양이들을 책임지고 있었다.
레인저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해요. "그게 다 자기만족을 위한 거 아니냐", "약한 존재를 챙겨주며 우월감을 느끼는 거다"라고요. 그런 사람들은 고양이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죠. 저는 알아요. 누구보다 나무를 더 오래 옆에 두고 싶었을 이들이, 물심양면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나무를 저에게 보내주었으니까요. 레인저가 원하는 대가는 길고양이의 온전한 삶, 그뿐이에요. 설사 스스로의 만족감을 대가로 가져가더라도 그게 대체 무슨 잘못인가요. 그로 인해 어떤 생명은 ‘내일’을 얻는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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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누나 품에서, 책상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낌없이 자는 나무!
지금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길고양이의 내일을 만들어주고 있을
모든 레인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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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주민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 나무! 인스타그램에서 더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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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STORY는 캣챠 크루원과 고양이 사이의 특별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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