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공사장을 마주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여기 살던 동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전깃줄에 일렬로 나란히 앉아 있던 새들, 골목을 지날 때 갑작스레 튀어나와 재빨리 반대로 뛰어가던 고양이.

골목이 많은 동네에는 길 위의 동물이 많습니다. 저희 동네는 차가 들어가지 않는 골목 골목이 있고, 사람 손을 전혀 타지 않는 길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뽑힌 빈 주택 마당의 큰 나무에는 아침마다 새들이 모여들어 지저귀곤 했는데, 나무가 사라지자 싱그러운 아침 소리도 함께 사라졌어요.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에 분명 자유롭게 왕래하며 살던 동물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들은 안전하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을까요?

부산 해운대구가 ‘재개발·재건축 지역 동물 보호 매뉴얼’을 시행합니다(기사 링크). 도시정비구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을 구조, 보호 해달라는 민원 때문이었다고 해요. 해당 매뉴얼은 이해관계자를 해운대구, 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자, 동물단체로 명확하게 밝히고 그 역할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기대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구(해운대구)’는 정비작업 시행 전 매뉴얼을 사업시행자에게 발송하고, 관계기관에 협조 지원을 요청하게 됩니다. 사업시행자는 작업 시작 전 물을 충분히 뿌리고, 포크레인 등의 장비로 땅을 울려 동물들이 해당 지역에 남아있지 않도록 탈출을 유도해야 하고요. 정비구역을 가림막으로 가릴 때는 동물 이동 통로를 확보하고, 재개발 지역에서 유기 동물 발생 시, 구청에 신고해야 합니다.

해운대구는 동물단체에도 협조를 구해 선제적이고 신속한 동물보호와 관리를 할 방침이라고 전했는데요. 앞선 2023년부터 동물권행동 카라는 ‘재개발지역 길고양이 보호활동 매뉴얼’ 리플릿을 배(관련 안내 링크)해오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2020년, 2021년에는 서울시와 협업해 지자체 공무원과 길고양이 케어테이커를 위한 가이드북과 사례집을 발간, 배포한 바 있어요. 해당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보호활동 매뉴얼 리플릿을 제작하였고, 지자체 일괄 발송 뒤, 신청을 받아 보호활동을 하는 분들에게도 택배 발송을 하고 있다고 하니 관심 가져보셔도 좋겠습니다.

인간 세계에서 땅은 주인이 있지만, 사실 소유를 구분 짓는 선은 지도 위에만 존재할뿐이에요.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삶의 터전에서 인간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책임이란 생명을 존중하여 보호하는 일이 아닐까요.

최근 대법원이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8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기사 링크)했습니다. A씨는 길고양이를 활로 쏘고 잔인하게 죽인 뒤, 영상을 온라인에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어요. 

1심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시인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고, 이에 징역 3년을 구형한 검찰이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는데요. 2심은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생명을 박탈한 데는 정당한 이유가 없었고, 생명 경시적 성향을 고려할 때 재범 가능성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고 합니다. A씨가 받은 형과 A씨가 앗아간 생명의 무게가 비례하지는 않으나 1심보다 늘어난 2심의 판결 및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한 것은 의미가 있는 판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출처: Unsplash, Hulki Okan Tabak

그런가하면, ‘부동액(저온에서 동파를 막기 위해 쓰는 화학물질) 테러’로 세마리의 고양이가 목숨을 잃은 사건(기사링크)이 최근 또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길고양이 3마리가 부동액을 먹고 연달아 숨지는 일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인데요. 신고를 한 레인저는 작년 12월 4일과 13일에 각각 길고양이 사체 2구와 1구를 발견했고 경찰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사망한 고양이들의 병성감정(죽거나 질병이 의심되는 가축에 대해 가축질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 부검)을 의뢰한 결과 3마리와 죽은 고양이 근처에 있던 사료에서 모두 부동액 성분이 검출됐어요. 

현재 신고가 접수된 이후 수사에 착수했지만 숨진 고양이가 발견된 주변에 CCTV가 없어 범인 신원을 특정하지 못해 아직 범인을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위 두 사건에서 알 수 있다시피, 현재 동물 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예전보다 많은 매체에서 동물 학대 소식을 다루고 있지만 여전히 동물 학대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실정(기사 원문 링크)입니다. ‘동물 학대 콘텐츠’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생방송 플랫폼을 통해 악용되는 것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 특징인데요. 아직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경미한 수준이고(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실제로 벌금형 수백만원 수준) 동물 학대 행위를 영상으로 찍어 올리면서 후원금을 받는 등 영리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가중 처벌도 없는 실정입니다.

동물법 전문 권유림 변호사는 “동물학대 영상이 문제가 돼도 실제 선고되는 형이 낮다보니 눈 앞의 이익에 쉽게 현혹되고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다중이 시청할 수 있는, 전파력이 높은 SNS를 통해 돈까지 버는 행위에 대해 가중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고, 또 양형기준을 마련해 재판부별로 들쭉날쭉한 선고형 역시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보다 근본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 대한 인식 교육을 강화하고 자격 심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동물보호법 전문가 한재언 변호사는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에서는 반려동물 보유세를 내게 하고 반려동물 입양 전 의무교육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양육자의 자격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사람들의 관심이 제도로 잘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을 머리론 이해가 되지만, 그 과정에서 죄 없는 동물들이 계속 고통받을 겁니다. 손가락이 종이에 살짝 베인 상처도 아픈데, 내가 아픔을 느끼는 것처럼 비인간동물의 아픔을 공감해 주는 일, 제가 생각하는 '인간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인데요. 크루원님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일은 어떤 것인가요?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괜찮으시면 구글 폼(링크)을 통해서 알려주세요. 띵캣 팀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