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동물권 관련 최신 NEWS입니다. 크루원 크루원님, 안녕하세요! 길고양이 & 동물권 뉴스레터 캣챠입니다.
드디어 눈이 펑펑 쏟아졌어요. 거센 바람이 부는 소리가 들리는 밤 사이 타자를 타닥타닥 두들겨봅니다. 14일은 서울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니 다들 옷 잘 여며 입으시고 얇게 얼어붙은 길 조심조심 걸으시기를 바랄게요.
겨울은 야생에 사는 동물들에게 가혹하죠. 음식도 음식이지만 영하가 되면 물이 어는 탓에 물을 마시기가 힘들어서 겨울을 나는 것이 어렵다고 해요. 길거리에 보이는 퉁퉁한 고양이들도 살이 찐 것이 아니라 보통은 몸에 수분이 부족해 붓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길에 사는 모든 고양이와 다른 동물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적어도 누군가 이 추운 겨울 날까지 아이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고양이와 맺은 소중한 인연을 전해드리는 CAT STORY 차례입니다. 오늘 레터를 작성하고 있는 에디터 쏭과 쏭네 막내딸 고양이 송송이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래된 인연이 늘 그렇듯, 이제 별 특별한 사정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신 귀여운 사진 듬뿍 담았으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
오늘의 이야기
1) cat story: 송송이네 이야기 - 마음은 쓸수록 닳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넓어지는 것
2) catcha pick: 2023 고양이 후원 달력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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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STORY는 캣챠 크루원들과 고양이 사이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해드리는 공간이에요. 길고양이 또는 반려묘와의 묘연을 전해주세요! 소정의 사례를 드립니다. 이 메일로 답장을 보내주시거나 hello@catcha.kr↗로 보내주세요! 🙂
이 이야기는 정말 많이 했고, 앞으로도 많이 하게 될 테지만 언제까지고 낡지 않고 늘 새록새록 선명했으면 좋겠다.
2013년 6월, 내가 스물두 살이 되었을 때 오빠가 제대했다. ROTC라고 남들보다 조금 긴 군생활을 한 오빠는 군대 밖 장교 숙소를 썼다. 집에도 자주 왔고 컴퓨터도 휴대폰도 자유롭게 썼기 때문에 구태여 제대 날에 맞추어 가족이 오빠를 만나러 가지는 않았다. 오빠는 집에 들어올 때 가로로 눕힌 종이백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그는 현관에서 곧장 들어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종이백 안에 든 상자를 꺼내보였다. 그 안에는 아주, 아주 작은, 내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정도의 크기밖에 안되는 새끼고양이가 있었다. 노란색 검은색 하얀색 털은 민들레 홀씨 마냥 가엽게도 겨우 몸에 붙어있는 꼴이었는데, 세상에 그렇게 작은 고양이는 그때 처음 봤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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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온 지 얼마 안됐을 때. 오빠 침대 옆 작은 상자에서 동물 모양 쿠션이랑 함께 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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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쓰기도 전이었고, 고양이가 지금처럼 ‘유행’하지도 않았다. 그래, 유행이라고 하겠다. 고양이가 인스타그램 피드만 슥 올려도 등장하는 그런 시절이 아니었다. 냥줍이라는 단어도 잘 쓰이지 않았고, 그런 단어를 마주칠 일 자체가 없었다. 게다가 고양이를 사랑하면 얻게되는 ‘길 가다가 고양이를 볼 수 있는 능력’이 그때는 없었으므로 웬 새끼고양이는 우리 집에 그야말로 사건이었다. 1990년대 키즈라면 초등학교 앞에서 박스 안에 든 병아리 한 마리쯤 사봤거나 그 광경을 봤을 것이다. 그 작은 병아리조차 키우게 해준 적 없던 엄마 아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동물에 대한 관심 없이, 그리고 강아지는 만질 수도 없는 인간으로 컸다. 그런 우리 집에 오빠는 갑자기 새끼 고양이를 데려온 것이다. 엄마는 당황했고, 오빠의 자신이 책임지고 키우겠다는 말을 믿지는 않았을 것이나, 정말 손바닥 만한 그 작은 생명체를 밖에 내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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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면데면했던 그 시절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그땐 고양이에게 별 관심이 없었어서 송이 어릴 때 사진이 많지 않다.
고양이에 죽고 못 사는 인간도 아닌, 자기밖에 모르던 오빠가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경로는 다음과 같다. 장교 숙소 근처에서 어미고양이가 차에 치여 죽었고, 동료 장교가 본인 숙소에 새끼고양이 세 마리를 데려왔다. 우리 집에 왔을 때도 겨우 한 달을 넘었을까 싶은 덩치였는데, 그때는 얼마나 작았을지 상상할 수 없다. 그 동료가 숙소를 비운 사이 오빠에게 고양이들을 맡긴 적이 있었고, 그렇게 며칠 후 위에서는 장교 숙소에 있는 새끼 고양이들을 내보내라고 했단다. 마침 제대 예정이었던 오빠와 동기들이 한 마리씩 고양이를 나누어 데리고 나왔다. 셋 중에 왜 이 고양이였냐는 물음에는 같이 지낼 때 이 녀석이 가장 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송이’로 무척 단순하게 지어졌다. 부모님의 성을 한 자씩 따서 이름을 붙여 송씨 집안의 송이, 송송이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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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양이에 무지했고, 처음에는 밥과 물만 주며 거의 방치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동물을 키워본 적 없고 준비되지 않았고 원하지 않았으며 갑작스러운 사건이었기 때문에 뭘 어찌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손바닥만한 이 고양이가 겁이 너무 많아서 늘 어딘가에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너무 작은 고양이가 숨으면 찾기 쉽지 않았고, 구석에 놓인 침대 아래 맨 구석에 들어가 있으면 꺼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보통은 오빠방 침대 아래 맨 구석에 있긴 했다. 거기 있으면 오빠가 가만 냅뒀으니까. 게다가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다가가지 않았다. 누구나 고양이를 봤다고 귀여워하지는 않는다. 그때의 우리 가족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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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3개월쯤 됐을 때는 캣초딩이 되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송이가 경계를 낮추고 집안을 뽈뽈뽈 스스로 돌아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우리는 서서히 가까워졌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냥 송이가 거실까지 나오고 소리를 내 울고 우리집이라는 야생에 적응하고 유일하게 자기처럼 움직이고 온기가 있는 인간에게 다가오면서, 우리도 송이를 점차 귀엽다고 생각하게 됐다. 솔직히 처음에 송이는 그냥 인형 같았다. 귀엽고, 귀엽고, 귀여운. 애정은 분명 자라났지만 어떤 존중이나 작은 생명에 대한 어떠한 태도도 없는 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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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기
고양이와 살면서 나에게는 두 가지 변화가, 우리 가족에게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나는 송이에게 미안했다. 인간과 살면서 앞으로 송이는 자신과 같은 종과 만나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송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살며 자신에게 주어질 수도 있었던 어떤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음이 나에게는 죄책감이 되기도 했다. 세상이 변하고 이것을 생존의 한 가지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도 쉽겠지만, 결국 인간이 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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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휴대폰 메신저 프로필 사진은 몇 년 째 이것 한 장, 그대로다
또 한 가지는 모든 동물의 얼굴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나에게 익숙한 얼굴이라고는 인간의 얼굴뿐이었다. 인간 외 동물을 보며 사람은 필연적으로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친구는 고양이 눈을 보면 무서워하고, 나도 고양이와 살기 전에는 강아지가 가까이 오는 것이 늘 불안했다. 인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실제 위험과는 관계 없이 나와 다른 존재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이와 살게 된 뒤로 나는 강아지부터 비둘기까지 그들의 얼굴에서 송이를 본다. 새로운 얼굴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또 그 존재를 잘 느끼기도 한다. 다른 방식의 움직임, 시선, 눈높이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길에서 고양이를 가장 잘 발견하는 사람은 늘 내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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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게도 물속성 뽑기에 실패한 우리 가족
가족의 변화는 송이를 구심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늘어나고, 더 귀여운 사람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나이를 먹어도 작고, 송이가 아무리 늙고 뚱뚱해져도 결국 인간의 십분의 일 정도밖에 안 되는 사이즈인 것이다. 귀여운 존재를 보면 사람들은 귀여워지고, 사랑하는 대상을 자꾸 이야기하고 싶어해서 우리는 송이가 없었다면 서로에게 말을 거는 일도 더 적었을 것이고, 함께 모여서도 늘 대화주제가 고갈되었을 것이다. 송이만으로도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계속 사랑할 수 있고, 늘 집을 그리워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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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이 드는가 여기는 냥냥 행성, 나는 냥냥 박사라네.
좋아하는 것이 늘어날 수록 그 사람의 세계는 더 크고 밝은 빛으로 가득해진다. 마음은 쓸수록 닳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아낄 수 있도록 넓어질뿐이다. 미움이 많은 마음이 좁고 얄팍해지는 것과 반대로 움직일뿐이다. 고양이, 야구, 크로스핏, 스쿠터. 좋아하는 것이 늘어나면 마음에는 늘 새로운 자리가 생긴다. 사랑할 수록 더 잘 사랑하는 사람이 될뿐이다. 송이는 나에게 다른 존재를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마음을 키우게 해줬다. 솔직히 비둘기 귀여워하는 사람은 별로 못봤는데, 나는 이제 비둘기도 귀엽고, 강아지도 막 만지고 부비부비 할 수 있다. 그 모든 것이 송송이 덕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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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움2
(...) 이후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밑도 끝도 없겠지요. 언젠가는 그 이야기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새로운 사랑이 주는 새로운 삶에 대해 적어보았어요. 언젠가는 고양이 게스트하우스가 된 제 자취방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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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원 크루원님, 혹시 2023년을 맞이하면서 달력🗓️ 준비하셨나요? 아직 안 하셨다구요? (오히려 좋아😻) 오늘은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자발적 광고를 해봅니다. 바로 고양이와 보호 동물을 위한 후원 달력들이에요. 모두 수익금을 고양이들이나 동물권을 위해 사용한다고 하니 한 번씩 살펴봐 주세요. 2023년에는 길고양이와 보호 동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길, 팀 캣챠 멤버들 모두 두 손 모아 바랍니다.🙏🏻
2023 고양이 후원 달력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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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STORY는 캣챠 크루원과 고양이 사이의 특별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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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길고양이 TNR 정보도 공공데이터"
⚠️로드킬 4만건 중 절반이 길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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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챠는 이렇게 발행됩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만나요!
Week 1 : CAT NEWS, CAT TOON
Week 2 : CAT STORY 👈 this week
Week 3 : CAT NEWS, CATCHA PICK
Week 4 : MONTHLY REVIEW + SHORT 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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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챠가 패들렛 담벼락을 열었어요! 함께 길고양이 사진과 이야기 나누러 놀러오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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