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는 일주일 정도 갔는데, 그렇게나 멋진 캐나다 풍경을 보면서도 머리 한 구석으로는 계속 미호 생각을 했어요. 결국 여행 도중에 '미호를 데려와야겠다!'라고 결심했죠.
고양이 용품 수십만원어치를 온라인으로 배송시켜놓고, 귀국하자마자 미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가는 동안 친구가 “그 자리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왠지 미호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답니다.
역시 미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아주 아픈 모습으로, 한쪽 눈에서 누런 고름을 줄줄 흘리면서, 박스 안에 힘없이 웅크리고 있었답니다. 제가 차에서 내려서 다가가자, 저를 알아보는 것처럼,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서운해하는 것처럼, 저를 올려다보며 쉰 목소리로 앙앙 울던 미호를 잊을 수가 없어요.
미호를 구조해 병원에 데려갔고, 허피스 진단을 받았어요. 약을 받고 주의사항을 듣고 다시 집으로 운전... 미호에게는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운 시간이었을까요.
집에 도착하자 미호는 잠깐 망설이더니, 고맙게도 금세 가방에서 나와서 집 안 곳곳을 탐색했어요. (이때 모습은 유튜브 영상↗으로 남겨두었답니다!🙂) 미호는 투정 없이 첫 밥도 먹고, 첫 물도 마시고, 첫 꾹꾹이도 하고는, 소파 위에 올라가서 제 셔츠 위에서 코를 골며 잤어요.
미호는 알고 보니 둘도 없는 애교쟁이였어요. 잘 때는 제 팔을 베고 칭얼거리며 자고, 제가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우왕 우왕 하면서 뛰어나온답니다. 막내인 저는 저보다 작고 어린 생명체와 함께 살아본 적이 없어요. 미호는 제가 제 의지로 맞이한 첫 가족이에요.
저는 길고양이 문제의 해결책이 구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길고양이가 길에서 자생하며 도시의 구성원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인간이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레인저↗님들께서 노력하시는 것처럼요. 그러나 위험한 도시환경이나 질병 때문에 생명이 위태로운 길고양이가 사람과 인연을 맺는 '간택'의 순간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저는 미호 덕분에 그 순간을 경험하고 간직할 수 있어서 행운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