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프리랜서로 집에서 업무를 보다가 얼마 전부터 사무실로 출근했다. 요즘 나는 회사 일이 바빠 늘 10시 11시에 집에 들어가기 일쑤다. 남편이 먼저 퇴근했다는 연락을 받고 조금은 여유롭게 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온 카톡.
💬 ‘쁘리 꼬리 다침. 꼬리에 상처 두 개, 목덜미에 하나’
쁘리의 꼬리를 누군가 물었다. 라떼겠지. 라떼밖에 없다. 여전히 라떼는 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다. 집을 오래 비워 싸우는 걸 말릴 사람이 없으니 바로 이렇게 다쳐버렸다. 다음날부터는 격리를 하고 나갔다. 물과 밥과 화장실이 있는 공간. 그리고 낮 동안에는 거의 잠만 잔다지만 그래도 격리 하고 나간다는 것은 너무 마음이 안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생각을 해 봤다. 내가 바쁘다고, 힘들다고 미룬 사냥놀이를 매일 하기로 결심했다. 다른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유독 라떼는 사냥놀이에 진심이고 사냥에 성공할 때마다 궁디팡팡을 해주며 우쭈쭈 해주는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걸 놓치고 있다니.
당장 그날부터 좋아하는 미끼를 끼운 낚싯대를 휘둘렀다. 놀이 자체도 좋아했지만 ‘아이구 잡았어! 라떼가 잡았어요! 아구 잘했어요~’하는 나의 폭풍 칭찬에 곧바로 골골송으로 화답하며 눈 키스를 끊임없이 날려주었다. 아, 지금 라떼가 나와 보내는 시간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강아지는 특유의 웃는 표정이 있다. 산책 후, 놀이 후, 혀를 내밀며 환히 웃는 표정.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그런 표정. 고양이는 ‘웃는다’ ‘행복하다’ 와 같은 표정은 보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날 그 순간엔 느낄 수 있었다. 표정보다는 무언가 그 순간의 느낌. 라떼가 지금 행복하구나. 아, 이게 바로 라떼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구나.
조금만 놀이 자극을 주어도 고양이들이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는 것을 느꼈다. 초코는 아주 정확한 배꼽시계를 가지고 있는데, 사냥놀이 후 간식이나 사료를 먹더니 다음 식사 시간까지 푹 잠들었다.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 밥을 달라며 보채지도 않았다. 라떼도 깊게 잠드니 쁘리와 싸울 시간이 없었다. 실로 여러모로, 일석삼조 이상으로 효과가 있었다.
루틴하게 놀아주는 게 좋을 텐데 최근 회사 업무가 너무 바빠서 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나의 본분은 집사. 인간의 시간보다 7배는 빨리 흘러간다는 고양이 세상의 중심에는 집사가 있다. 앞으로 10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냥놀이를 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